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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마가 사랑한 계절 (배경, 연출, 수위논란)

2025년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여우주연상과 퀴어종려상을 동시에 받은 영화가 한국에서 누적 관객 1,473명에 머물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 숫자를 보고 좀 씁쓸했습니다. 영화 자체는 분명히 예쁜 구석이 있는데, 막상 극장에서 보고 나오면 "조금 아쉽다"는 말이 먼저 나오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퀴어 영화를 어떻게 봐야 할지, 그리고 이 영화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제가 직접 본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보겠습니다.

배경: 이 영화가 만들어진 이유

파리 근교 알제리계 이민 가정에서 자란 17세 무슬림 소녀 '파티마'가 자신이 여성에게 끌린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원작은 프랑스-알제리계 작가 파티마 다스의 자전적 소설 '막내딸'(2020년)입니다. 자전적 소설(autobiographical novel)이란 작가 본인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을 말합니다. 허구적 상상이 아니라 살아낸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연출을 맡은 하프시아 헤르지 감독은 배우로 먼저 이름을 알린 인물입니다. 2007년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의 '생선 쿠스쿠스'로 데뷔해 베니스영화제 신인배우상과 세자르 신인여우상을 동시에 받았고, 세자르상(César Awards)이란 프랑스 영화계의 아카데미상에 해당하는 권위 있는 시상식입니다. 2025년에는 '보르도에 수감된 여인'으로 세자르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했으니, 스크린 안팎에서 동시에 활동하는 몇 안 되는 작가형 인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감독이 이 소설을 처음 접하고 가진 반응은 "이런 인물을 스크린에서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북아프리카계 무슬림 여성이 퀴어 정체성을 발견해가는 이야기는 감독 자신의 성장 배경과도 맞닿아 있었습니다. 마르세유 북부 이민자 밀집 지역에서 자란 헤르지 감독은 그 환경에서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드러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몸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각색 조건으로 내건 것도 "완전한 자유"였는데, 이 고집이 영화의 색깔을 만들어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캐스팅 과정 자체도 이 영화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합니다. 주연 나디아 멜리티는 소르본 파리 노르 대학교에서 스포츠 과학을 전공하던 평범한 대학생이자 아마추어 축구 선수였습니다. 비전문 배우(non-professional actor)란 연기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 출연자를 뜻하는데, 헤르지 감독은 카메라를 잊게 만들기 위해 스태프를 최대 다섯 명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감독이 캐스팅에 확신을 얻은 순간은 오디션이 아니라, 이야기를 나누다 방을 나서는 나디아 멜리티의 뒷모습을 본 순간이었다고 합니다. '지나' 역의 박지민은 '리턴 투 서울'(2022년)로 데뷔한 한국계 프랑스인 배우로, 이 작품으로 51회 세자르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헤르지 감독은 그 영화를 보고 다음 날 바로 연락처를 수소문했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캐스팅 과정에서 감독은 동성애 혐오(homophobia)를 직접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동성애 혐오란 동성애자를 향한 편견, 혐오, 차별적 태도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아버지 역 오디션에 응했던 한 남성이 "내 아이가 게이라면 가족 명부에서 지워버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물러섰고, 감독은 이 부당함을 보며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는 의지를 굳혔다고 했습니다. 이 에피소드가 영화 바깥에서 이 작품이 왜 만들어져야 했는지를 가장 잘 설명해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연출: 계절 구조와 클로즈업이 하는 일

영화는 파티마의 고등학교 마지막 해에서 대학 첫 학기까지 약 1년을 계절 챕터(seasonal chapter structure)로 나눠 담습니다. 계절 챕터 구조란 이야기를 봄, 여름, 가을, 겨울처럼 계절 단위로 분절해 서술하는 방식입니다. 이 선택은 단순한 미학적 취향이 아니라 제작 방식의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촬영은 겨울과 봄, 두 차례로 나눠 진행됐고, "나무가 시들고 다시 생명을 되찾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는 것이 감독의 설명이었습니다.

이 분절된 구조는 영화 안에 생략과 여백을 만들어냅니다. 관객이 직접 빈틈을 채우도록 남겨두는 방식인데,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그 여백이 때로는 호흡을 만들고, 때로는 이야기를 너무 일찍 끊어버린다는 점이었습니다. 둘의 이야기만으로 2시간을 채웠어도 충분히 예쁜 성장 영화가 됐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은 이유입니다.

촬영 방식도 독특합니다. 촬영감독 제레미 아타르의 카메라는 주로 파티마의 얼굴에 밀착하는 클로즈업(close-up)을 활용합니다. 클로즈업이란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 부위를 화면 가득 채우는 촬영 기법으로, 대사 없이 감정을 전달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이 방식 덕분에 나디아 멜리티의 표정 하나하나가 파티마 내면의 언어가 됩니다. 비전문 배우의 날것 같은 반응을 살리기 위해 헤르지 감독은 스태프를 최소화하고, 촬영 전 배우들과 연극적 리허설(theatrical rehearsal)을 반복했습니다. 연극적 리허설이란 카메라 없이 장면을 몸에 익히는 사전 연습 과정입니다.

제가 영화에서 가장 뭉클했던 장면은 메인 포스터에도 쓰인 퀴어 축제 장면이었습니다. 그 장면은 아름다웠고, 괜히 포스터로 선택된 게 아니라는 걸 화면을 보는 순간 알 수 있었습니다. 파티마가 처음으로 자기 자신 앞에 서는 그 순간을 감독이 얼마나 정성껏 담았는지가 느껴졌습니다. 칸 경쟁 부문에서 퀴어종려상(Queer Palm)을 받은 것이 우연이 아님을 확인하는 장면이었습니다. 퀴어종려상이란 칸영화제에서 퀴어 관련 주제를 다룬 영화 중 가장 뛰어난 작품에 수여하는 독립 시상입니다.

이 영화가 칸에서 처음 공개됐을 당시 받은 주요 평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2025년 칸영화제 경쟁 부문 공식 진출 — 헤르지 감독의 장편 세 편 모두 칸 초연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이어갔습니다.
  2. 여우주연상 수상 — 나디아 멜리티의 비전문 배우 출신 수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습니다.
  3. 퀴어종려상 수상 — 사랑과 신앙 사이의 긴장을 다룬 방식이 높이 평가됐습니다.
  4. 프랑스 개봉 후 40만 관객 돌파 — 퀴어 영화로서는 프랑스 내에서도 적지 않은 성과입니다.
  5. 세자르상 7개 부문 후보 — 작품상, 감독상, 편집상, 각색상, 음악상, 신인여우상, 여우조연상.

수위논란: 15금 표기와 실제 사이의 간극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은 영화인데, 막상 극장에서 보면 그 기준이 맞는 건지 한 번쯤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제가 직접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이게 15금이라고?"였을 정도입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등급 분류 기준에 따르면, 15세 관람가는 선정성 표현에서 직접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경우에 해당합니다(출처: 영상물등급위원회). 그런데 이 영화의 노출 장면들은 그 기준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비교 대상을 들자면, 퀴어 성장 영화 '사랑, 우유, 그리고 치즈'와 나란히 놓고 보면 이쪽이 수위가 더 높습니다. 19세 관람가를 받았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장면들이 있습니다.

더 불편했던 건 수위 자체보다 그 장면들의 필요성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이틀 뒤에 본 '뒷자리에 태워줘'는 고수위 장면이 스토리 전개상 분명히 필요했고, 그래서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이 영화의 노출씬들은 "굳이?"라는 질문을 반복하게 만들었습니다. 두 인물 사이의 감정선은 이미 클로즈업과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전달되고 있었는데, 그 장면들이 오히려 흐름을 끊었습니다.

퀴어 영화의 노출 표현을 둘러싼 논의는 국내외에서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퀴어 영화(queer cinema)란 성소수자의 정체성, 관계, 경험을 중심 서사로 다루는 영화 장르를 말합니다. 노출이 인물의 취약성과 정체성 탐색을